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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

[오공+세모] 네가 걷게될 꽃길





오늘은 세모가 공연하는 날이였다. 

난 세모가 설 작은 무대 앞 관람석이 아니라 그 뒤쪽, 아무도 오지않을 것같은 공터 벤치에 앉아있었다. 초겨울의 싸늘한 공기 사이로 하얀 입김이 퍼지다 사라졌고 세모가 준 초대장은 주머니 안에서 굴러다녔다. 비싼 값에 어울리지 않게 허름한 벤치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는 꽃다발이 그 증거로,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을 생각으로 온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내가 그 문턱을 밟고 그냥 돌아선 것은, 그저 그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들어가고 싶지않았다. 세모가 노래부르는 걸 좋아했다. 이전부터 간직했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작은 불씨같은 감정은 그 노랫소리에 터져오르며 불꽃이 되었다. 가수가 된건 정말로 의외였지만 좀 더 편하게 그 목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싫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무대 위에 서있는 세모는 그 자체로 불꽃같았다. 밝게 타오르며 빛나는 세모를 보면 어두운 무대도 옆에서 열광하는 이름모를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세상은 오직 세모의 빛으로 가득찼다.



허무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증명하는듯 석양은 점차 사라지고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로등 빛도 오지않는 이곳에 빛나는 것은 작은 달빛과 내 담배불빛 뿐이였다. 담배연기를 섞은 작은 한숨을 멍하니 바라보다 꽃다발의 리본을 풀었다. 장미와 안개꽃과 내 마음을 단단히 엮고였던 줄을 풀어냈다. 손짓 몇번에 흝어진 꽃들을 바라보다 장미 한송이를 들어 꽃잎을 하나씩 떼어냈다. 기억한다.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한다. 기억하지 않는다... 무엇에 대한 기억인지는 몰랐다. 그저 굳어진 습관처럼 아무말이나 중얼거리고 싶었다. 결국 기억한다로 끝난 첫번째 꽃을 아무데나 던져 버리고 멍한 눈빛으로 다시 꽃 한송이를 집었다. 난 20여개의 장미줄기와 약 420개의 분홍빛 꽃잎이 바닥에 나뒹굴때까지 바보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렇게 7만원을 바닥에 버리는 동안 건물 안에서 들리는 연주와 노래소리를 들었다. 아마 언제나처럼 기분좋게 노래부르고 있겠지. 세모가 노래할때는 언제나 나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한 곳을 바라보고, 목소리, 가사의 음절 하나하나에 빛나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노래했다. 




 건물 안에서 들리던 노래소리는 어느새 끊기고 환호성이 들려왔다. 보통 노래가 끝난 후 들리는 환호성과는 다른 것이였다. 난 다시 작은 한숨을 내뱉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싸늘하게 식은 몸이 뒤늦게 추위를 전해왔다. 손발이 굳어 삐걱거렸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약간은 어색하게 걸음을 옮기다 벤치를 돌아봤다. 꽃다발의 포장지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허름했던 길 위에 여기저기 꽃잎이 흐트러져 마치 꽃길같이 되어있었다.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다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지를 고르며 웃는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밝았다.

그리고 난 결국 재밖에 남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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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1시간 반동안 썼음; 노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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